저희 설치팀은 매주 월요일 오전에 지난 주 다녀온 현장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어요.
한 주에 평균 열두 곳 정도 다녀오시는데, 그중 "기억에 특히 남는" 매장을 보통 두세 개씩 추립니다.
지난주는 세 곳이 추려졌어요.
서로 완전히 다른 매장이었는데도 공통된 지점 하나가 있어서 재밌었습니다.
짧게 세 토막으로 적어 봅니다.
왕십리 쪽 작은 치킨집이었어요.
사장님이 저녁 영업 중에 설치를 꼭 하고 싶다고 하셔서 결국 저녁 6시 반에 들어갔습니다.
"지금 영업 중이신데 괜찮으세요?"
"괜찮아요, 손님들 들어오시는 사이사이 하시면 돼요."
저희 설치기사가 사다리에 올라서자마자 손님 한 분이 들어오셨어요.
그래서 사다리에서 잠깐 내려와 식탁 자리 비켜드리고, 그 손님 주문 받으시는 사이 다시 올라갔습니다.
한 시간 반 동안 그렇게 올라가고 내려가고 다섯 번 정도 반복했어요.
설치기사가 돌아와서 저한테 그러시더라고요.
"그 사장님 치킨 들어오는 리듬 거의 외우겠더라고요."
사장님은 저희한테 서비스로 치킨 반 마리 포장해 주셨어요.
설치 시간은 평소보다 40분 더 걸렸는데, 사장님 매장 영업은 저희 때문에 1분도 안 끊겼어요.
그게 사장님이 저녁 7시를 고집하신 이유였어요.
망원동에 있는 작은 목공방이에요.
사장님 혼자 운영하시고, 매장 안쪽에서 하루 종일 작은 전동공구를 쓰시는 환경이었어요.
설치는 쉬웠는데 민감도 세팅이 어려웠습니다.
공방 안쪽에서 작업하실 때 발생하는 톱밥·먼지가 공중에 떠다니고, 선반을 밀고 당기시는 작은 움직임이 끊임없거든요.
처음 기본 민감도로 세팅하니 오후 1시간 동안 알림이 서른여덟 번 울렸어요.
저희랑 사장님이랑 테이블에 앉아서 민감도를 두 단계 낮추고, 감지 영역을 사장님 작업 자리(선반 앞 반지름 1.5미터) 를 제외하는 쪽으로 조정했어요.
그 다음 1시간 테스트 — 알림 네 번.
"이게 적당한 거예요?"
"매장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 움직임은 다 잡히시고, 안쪽 작업은 안 잡히세요."
사장님이 "아 이제 좀 안심되네요" 하시더라고요.
공방처럼 안쪽에서 종일 움직임이 있는 매장은 설치 자체보다 민감도 조정에 1시간 쓰는 게 정답이에요.
저희 설치팀 매뉴얼에도 그렇게 적혀있고요.
세 번째가 가장 특별했어요.
가산동 24시간 편의점인데, 사장님이 "교대 두 분이 쓰실 계정도 함께 만들어달라" 고 하셨거든요.
설치는 저녁 11시에 들어갔습니다.
야간 교대 들어오시는 알바님까지 함께 자리에 계시게 설치 시각을 그 시간으로 맞춘 거예요.
그 자리에서 사장님 계정 하나, 야간 교대 알바님 서브 계정 하나, 주간 교대 알바님 서브 계정 하나 총 세 개를 만들었어요.
두 알바님 서브 계정은 "조회만 가능" 권한으로 세팅했습니다.
그러니까 알바님들은 매장 화면을 실시간으로 보실 수 있지만, 설정 변경이나 영상 다운로드는 못 하세요.
사장님이 계산대에서 저한테 조용히 그러셨어요.
"저분들이 그만두시면 서브 계정만 삭제하면 되는 거죠?"
"네 사장님, 사장님 메인 계정은 안 건드려도 돼요."
그제야 사장님이 안심하신 표정이 보이시더라고요.
3분 안에 끝난 세팅이었는데, 이게 사실 24시간 매장에서는 1년을 편하게 만드는 세 분의 작업이었어요.
월요일 오전 회의에서 저희끼리 이 세 매장을 쭉 놓고 보니 공통된 게 하나 눈에 들어왔어요.
세 분 사장님 다 "설치하는 그 자리에서 질문" 을 하셨다는 것.
치킨집 사장님은 "손님 들어오시는 리듬에 맞춰 작업 가능하냐" 를 설치기사한테 그 자리에서 물으셨고요.
공방 사장님은 민감도 테스트하면서 "이게 적당한 거예요?" 하고 그 자리에서 확인하셨어요.
편의점 사장님은 "서브 계정만 삭제하면 되는 거죠?" 하고 그 자리에서 체크하셨어요.
이게 저희한테는 반가운 패턴이에요.
설치가 끝나면 저희가 돌아가기 전에 사장님이 궁금하신 걸 그 자리에서 다 물어보시는 게 가장 좋거든요.
그 자리에서 질문 다 해결하신 매장은 1년 뒤 재문의 전화도 가장 적어요.
반대로 "일단 저희 돌아가고 쓰시다가 궁금하신 거 생기시면 전화 주세요" 하고 보내드린 매장은 2주 안에 반드시 전화가 다시 와요.
그 2주 동안 사장님이 "이거 저 혼자 어떻게 하지?" 하면서 몇 번씩 당황하신 거예요.
지난주 세 매장을 보고 이번 주부터 저희 설치팀에 작은 변화 하나가 생겼어요.
"설치 완료 전 사장님께 세 가지 질문 꺼내시게 유도" 를 매뉴얼에 넣었습니다.
①알림이 어떻게 울리는지, ②매장 영업 중 뭔가 이상할 때 어디로 연락하면 되는지, ③직원·알바님 접근 권한은 어떻게 분리되는지.
이 세 개는 사장님이 그 자리에서 물어보시지 않으시면 저희가 먼저 꺼내서 안내하도록 바꿨어요.
작은 변화지만 사장님이 그 자리에서 안심하시는 게 눈에 띄게 좋아진다는 걸 지난주에 다시 느꼈거든요.
다음 주 월요일 회의 때 또 특이한 매장 세 곳이 추려지면 그걸로 다시 올려드릴게요.
지금 설치 검토 중이신 사장님은 이번 주 안에 매장 방문 가능 시간대 알려주시면 저희가 맞춰 들어가 봐 드리겠습니다.
저녁 영업 중이시든, 심야시든 상관없어요.
3분 통화면 날짜 잡힙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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