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제 저녁 7시 반쯤 저희한테 전화 한 통이 걸려왔어요.
"대표님, 저 신촌 ○○베이커리인데요. 저 매장 넘기게 돼서요."
3년째 저희랑 함께해 주신 사장님이셨어요.
저희는 이런 전화를 종종 받습니다.
그런데 사장님이 그 자리에서 저한테 세 가지를 꽤 구체적으로 물으셔서, 다른 사장님들께도 참고가 되실 것 같아 통화 흐름 그대로 짧게 옮깁니다.
사장님: "저 매장 다음 주 수요일에 넘깁니다. 새 사장님한테 CCTV 계정도 함께 넘기면 되는 거죠?"
저희: "사장님, 계정은 넘기지 마시고 완전히 삭제하시는 게 맞으세요."
사장님: "삭제요? 그럼 새 사장님은 어떻게 쓰시게 되나요?"
저희: "새 사장님께서 저희한테 따로 연락 주시면, 사장님 명의로 새 계정을 생성해 드리게 됩니다. 그게 법적으로도 안전하고 사장님께도 안전하세요."
이게 왜 중요하냐면 두 가지 때문이에요.
첫째, 사장님 명의 계정을 새 사장님께 넘기시면 그 계정에 쌓인 지난 3년 영상이 새 사장님께 그대로 넘어갑니다.
그 안엔 사장님 매장 손님들 얼굴이 수천 명 들어있으시고요.
개인정보보호법상 "제3자 제공" 에 해당될 수 있어 사장님이 위반 주체가 되실 수 있어요.
둘째, 계정 비밀번호가 새 사장님께 넘어가면 사장님이 혹시 모를 분쟁 상황에서 "그 자리에 계시지 않으셨다는 소명" 이 어려워지세요.
그래서 계정은 깔끔하게 삭제하시는 게 양쪽 다 안전합니다.
사장님: "그럼 매장에 있는 그 녹화기(NVR) 하드디스크는 어떻게 하나요?"
저희: "그 하드디스크 안의 영상을 완전 삭제하신 뒤 폐기 확인서를 저희가 발급해 드려요."
사장님: "그냥 하드만 뽑아서 가져가면 안 되나요?"
저희: "그러시면 사장님이 그 하드를 집에서 몇 년씩 들고 계시는 게 되는데, 그 안에 손님 영상이 있으니 그것도 사실은 위반이에요."
정식 절차는 두 가지 중 하나세요.
①저희 설치기사가 방문해서 "덮어쓰기 삭제 소프트웨어" 로 완전 삭제 후 하드디스크를 사장님 매장에 그대로 두심 (새 사장님께 양도).
②저희가 하드디스크를 수거해서 물리적 파괴 후 폐기 확인서 발급.
어느 쪽을 선택하시든 "폐기 확인서" 라는 종이 한 장이 사장님 손에 남아야 해요.
이 종이가 나중에 혹시 손님이 "제 영상 어떻게 됐냐" 문의하실 때 사장님을 지켜드리는 유일한 서류세요.
베이커리 사장님은 ①번 선택하셨어요.
새 사장님이 사용하실 수 있게 하드는 그대로 두시고, 영상만 완전 삭제.
사장님: "새 사장님한테는 뭐라고 전해드리면 좋을까요?"
저희: "세 가지만 전해주시면 됩니다."
사장님: "하나씩 말씀해 주세요."
저희: "하나, 저희 상담번호(1668-1004) 알려주시고, 그분이 쓰시려면 사장님 명의로 새 계정 열어달라고 연락 주시게. 둘, 지금 매장 안내판은 사장님 이름이랑 번호 적힌 거라 떼드리고 새 사장님 명의로 다시 붙이시게. 셋, 그동안 세팅해 둔 야간 전환 시각이랑 알림 민감도는 새 사장님 영업 패턴에 맞춰 재조정이 필요하시다고 꼭 알려드리세요."
사장님이 그 자리에서 메모하시는 소리가 들리셨어요.
"대표님, 적어둘게요."
그리고 짧은 침묵 뒤에 사장님이 이러셨어요.
"3년 동안 지켜주신 거 감사했습니다. 새 사장님이 저희보다 더 오래 이 자리 지키시면 좋겠어요."
저도 그 자리에서 뭐라고 답을 드려야 할지 잠깐 고민했어요.
그리고 이렇게 답 드렸습니다.
"사장님, 새 사장님이 저희한테 연락 주시면 그때 또 뵐게요. 그리고 사장님이 다른 매장 여시게 되면 그때도 저희 번호 기억해 주세요."
통화 끝나고 저희 담당자가 요약 메모를 사장님께 카톡으로 보내드렸어요.
세 줄이에요.
①계정은 넘기지 말고 삭제 (새 사장님은 새 계정 발급).
②NVR 영상은 완전 삭제 후 폐기 확인서 수령.
③안내판 교체 · 세팅 재조정 안내를 새 사장님께 전달.
이 세 가지는 사장님이 매장을 넘기실 때 어느 CCTV 업체 쓰시든 공통으로 챙기셔야 하는 부분이에요.
저희 관리 사장님은 저희가 전담으로 처리해 드리고, 저희 관리 아닌 매장이시면 저희한테 카톡으로 "매장 넘기는데 어떻게 처리하나요?" 한 줄만 주세요.
저희 서비스 계약 상관없이 3분 통화로 사장님 상황에 맞춰 안내해 드립니다.
매장 넘기시는 그 바쁜 시기에 CCTV까지 신경 쓰시게 하고 싶지 않거든요.
12분 통화 끝내고 저는 책상 위에 있는 그 사장님 상담 로그를 한참 봤어요.
2023년 가을 첫 설치, 2024년 봄 민감도 재조정, 2024년 겨울 UPS 교체, 2025년 봄 서브 계정 추가(알바님), 그리고 2026년 10월 작별.
3년이 짧은 시간이 아니었어요.
그 사이에 저희와 사장님 사이 오간 상담 로그가 42건이었습니다.
그 42건을 저희 아카이브에 "완료" 로 처리하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.
저희 사업이 이렇게 매장과 함께 시작했다가 매장과 함께 마무리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.
그리고 그 마무리를 사장님께 민망하지 않게 안내해 드리는 것도 저희 일의 일부라는 것.
어제 그 사장님께서 "지켜주신 거 감사했습니다" 라고 하실 때 사실 저희도 "맡겨주신 거 감사했습니다" 로 답을 드렸어야 하는 자리였어요.
다음 번 비슷한 통화에선 그 말씀 꼭 드려야겠습니다.
오늘 이 포스트가 어쩌면 그분께 그 답을 대신 드리는 자리이기도 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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