어제 오후 3시 42분에 저희 상담번호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어요.
"안녕하세요, 저 작년 가을에 한 번 전화드렸던 왕십리 ○○분식 사장인데요."
저는 그 이름을 듣자마자 책상 위 상담 로그를 뒤졌습니다.
2025년 10월 24일 기록이 있었어요.
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사장님이 짧게 들려주셨는데, 그 흐름을 거꾸로 짚어보니 하나의 긴 결심이 보여서 그대로 옮깁니다.
사장님 목소리가 작년하고 많이 달라져 있으셨어요.
"그때는 서두르는 거 같아서 좀 그랬어요. 지금은 제가 먼저 서두르네요."
저는 그 자리에서 작년에 드렸던 견적을 다시 꺼내 보여드렸어요.
"작년 금액 그대로 가능하세요?"
"가능합니다. 사장님 1년 전부터 저희랑 상담 이어오신 걸로 쳐드릴게요."
통화는 20분쯤 이어졌는데, 그 중 15분이 "요즘 매장 상황이 작년이랑 다르다" 는 이야기였어요.
야간 영업이 늘어나셨고, 매장 뒷문 쪽 조명이 어두워서 자꾸 신경이 쓰이시고, 지난 봄에 지인 매장이 한 번 털리셨고.
사장님이 통화 마지막에 이러셨어요.
"대표님, 그때 거절한 거 서로 민망하게 안 하신 것도 지금 돌아보니 그게 결정의 일부였어요."
저는 그 말에 뭐라고 답을 드리지 못했습니다.
통화 중에 사장님이 들려주신 "그 사이" 가 사실 궁금한 지점이었어요.
작년 가을 거절하신 뒤로 저희한테 1년간 전화가 없으셨거든요.
그런데 그 1년이 사장님 혼자 조용히 결심을 쌓아가신 시간이었어요.
저희 블로그를 꾸준히 보고 계셨대요.
구독 같은 거 안 하시고 그냥 가끔 네이버에 검색해 들어오셨고요.
봄에 뉴스로 성동구 쪽 음식점 심야 침입 사건 두 번 접하셨고요.
여름에 지인 매장(종로 쪽 작은 호프집)이 실제 피해를 당하셨대요.
그 지인분이 CCTV가 있긴 했는데 저장 영상이 비어있어서 범인 못 잡으신 걸 보시고 사장님이 많이 신경 쓰이셨대요.
그 뒤로 저희 블로그에서 "매장 CCTV 저장 기간" "야간 전환 시각" "서브 계정" 글들을 반복해서 읽으셨답니다.
그런데도 바로 저희한테 전화 안 하셨어요.
"지금 저희 매장 상황이랑 매칭이 되는지 좀 더 확인하고 싶었어요" 하셨어요.
1년 전의 상담 메모를 다시 봤어요.
"왕십리 ○○분식. 사장님 서두르지 않으심. 매장 둘러보시고 '좀 더 알아보고 결정할게요' 하심. 아쉬움 표정 없이 담담하심. 1년 뒤 다시 뵙기 가능성 열림."
그날 저희 설치기사가 적은 메모가 이게 전부였어요.
저도 그날 사장님과의 통화에서 "서두르셔야 해요" 같은 압박 안 드리고 "편하실 때 다시 연락 주세요" 하고 끊었던 걸 기억합니다.
사실 저희 영업 KPI 관점에서는 그날 그 사장님은 "실패한 상담" 이었어요.
하지만 그날 사장님이 자리를 떠나시면서 하신 말씀 하나가 기억에 남아요.
"저 지금 거절하는데 민망하지 않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."
그 말에 저희 담당자도 "그거는 당연한 거예요, 1년이든 2년이든 사장님 결정하실 때 다시 뵐게요" 하고 끝맺었대요.
그 짧은 교환이 1년 뒤 어제 오후 3시 42분의 전화로 돌아왔습니다.
지금 → 중간 → 처음 이 순서로 거꾸로 짚어보니 하나가 눈에 들어와요.
사장님의 "결정" 은 어제 오후 3시 42분이 아니라, 사실 작년 10월 24일 저녁부터 시작됐다는 것.
1년이라는 시간이 사이에 있었을 뿐이지, 그 1년 동안 사장님은 저희를 조용히 지켜보고 계셨어요.
저희 블로그를 반복해서 읽으시고, 뉴스에서 다른 매장 사건을 접하시고, 지인 매장 피해를 가까이서 보시고요.
그 모든 조각이 어제의 재통화로 모인 거예요.
그래서 저희한테는 이게 큰 배움이 돼요.
"오늘의 거절" 이 사실 "1년 뒤의 계약" 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.
그러니까 저희가 사장님께 처음 상담드릴 때 서두르지 않는 게 결국 저희한테도 손해가 아니라는 걸 어제 재확인했습니다.
사장님이 "민망하지 않게 거절할 수 있는 자리" 를 저희가 만들어 드려야 하고, 그 자리가 다시 돌아오시는 길이 돼요.
이거는 영업 매뉴얼이 아니라 사람 사이 관계의 당연한 지점인데, 저희도 잊을 때가 많아서 어제 이 사장님이 다시 가르쳐 주셨어요.
혹시 지금 저희한테 상담받으시고 "일단 좀 더 알아볼게요" 하신 사장님이 계시면, 그 말씀 그대로 편하게 받아주세요.
저희가 "다시 전화 주세요" 라고 조르지 않습니다.
사장님이 매장 돌아보시고 다른 업체 견적도 받아보시고 저희 블로그도 가끔 들러보시다가, 1년 뒤든 2년 뒤든 사장님 매장 상황에 맞다 싶으실 때 그때 다시 전화 주세요.
저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게요.
작년 가을의 메모가 저희 로그에 남아있는 것처럼요.
지금 바로 결정하기 어려우신 상황이시면 저희한테 매장 사진 한 장만 보내주셔도 돼요.
그 사진으로 사장님 매장에 CCTV가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, 지금 당장인지 반 년 뒤인지만 저희가 짧게 봐드립니다.
그러시고 사장님이 결정하실 때 그때 뵙겠습니다.
3분 안에 답 갑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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